퇴직연금은 노후 생활을 지탱하는 든든한 자산이자 장기간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투자 수단입니다. 하지만 최근 금리 변동, 주식시장 침체와 반등, 환율 급등락 등 글로벌 금융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서, 퇴직연금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해졌습니다. 단순한 예금 중심의 보수적 운용에서 벗어나, 장기적 성장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2024년 현재 주목받고 있는 퇴직연금 운용 트렌드와 구체적인 투자 방법을 세 가지로 나누어 상세히 소개합니다.
디폴트옵션 제도의 활용
디폴트옵션 제도는 2022년 7월 국내에 도입된 이후, 퇴직연금 운용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사전에 설정된 포트폴리오에 따라 자동으로 자산이 운용되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바쁜 직장인이나 금융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큰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60%는 글로벌 주식 ETF, 30%는 국내 채권형 펀드, 10%는 리츠(REITs)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미리 설정해 두면,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자동 분산 투자가 이뤄집니다. 이렇게 하면 장기적인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폴트옵션을 ‘설정 후 방치’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시장의 금리와 주식 흐름은 시시각각 변하므로, 최소 분기별로는 자산 비중을 재점검하고 필요 시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가격이 하락하므로 채권 비중을 줄이고, 금리가 하락하거나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한 디폴트옵션에 포함되는 상품의 운용 보수와 과거 성과, 변동성, 글로벌 자산 비율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일부 금융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테마나 대체투자 상품까지 포함시켜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연 4~6% 수익률을 목표로 설정하면,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실질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분산 투자 확대
국내 주식과 채권에만 투자하는 방식은 특정 국가의 경기 상황에 크게 의존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글로벌 분산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분산 투자는 미국, 유럽, 일본, 신흥국 등 다양한 지역의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원자재, 금, 부동산 리츠 등 대체자산까지 포함하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S&P500 ETF, 유럽 대형주 ETF, 중국 소비재 ETF, 글로벌 채권 ETF, 원자재 ETF를 적절히 혼합하면 지역·산업별 변동성을 줄이고 장기 수익률을 안정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퇴직연금 계좌는 과세이연 혜택이 있어, 해외 ETF에서 발생하는 배당이나 이자에 대한 세금을 나중에 인출 시점까지 미룰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이렇게 하면 복리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다만 글로벌 자산 투자는 환율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해외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올라가지만, 반대로 달러 약세가 오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헤지(Hedge) 상품과 비헤지 상품을 적절히 섞어 변동성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5년간 데이터를 보면, 글로벌 분산 포트폴리오는 국내 자산 단독 운용 대비 연평균 변동성을 20% 이상 낮추면서도 평균 수익률은 1.5~2%p 높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자산의 30~50%를 글로벌 자산에 배분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조언합니다. 특히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에만 치우치지 말고, 유럽·신흥국·글로벌 채권 등으로 분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SG와 테마형 상품 주목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는 이제 단순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 기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SG 투자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지속가능성, 사회적 책임, 환경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특히 MZ세대 직장인들은 재무성과와 가치 실현을 동시에 추구하는 ESG 상품을 선호합니다. 테마형 투자는 특정 산업의 성장성에 집중하는 전략입니다. 친환경 에너지, 전기차, 2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 등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나 ETF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클린에너지 ETF’는 태양광·풍력·수소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며, ‘전기차 밸류체인 ETF’는 배터리·부품·완성차까지 포괄적으로 담습니다. 이러한 테마형 상품은 성장성이 높지만 변동성도 큽니다. 특정 산업의 규제 변화나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퇴직연금 자산 중 테마형 투자 비중은 10~20%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나머지 자산은 인덱스 펀드나 채권형 상품 등 안정적인 자산에 배분해 포트폴리오 전체 위험을 낮춰야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ESG와 테마형 전략을 결합한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ESG 친환경 인덱스 펀드’는 환경 가치와 장기 성장성을 동시에 겨냥하며, ‘ESG 기반 2차전지 ETF’는 지속가능한 전기차 산업에 투자합니다. 이런 상품을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일부 편입하면 장기 수익률 향상과 더불어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부가적인 성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운용되는 자산입니다. 단기적인 수익 변동에 휘둘리기보다 안정적인 성장과 세제 혜택 극대화가 중요합니다. 디폴트옵션 제도로 자동 분산 투자 기반을 만들고, 글로벌 자산과 ESG·테마형 상품을 적절히 조합하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자신의 퇴직연금 운용 현황을 점검하고, 장기 목표에 맞춘 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것이 현명한 노후 대비의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