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이상기후로 인한 수해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그로 인한 복구비용이 국가 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물적 피해를 넘어 인프라, 주거,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수해는 재정 지출 구조, 재건 계획 수립 방식, 보험 정책 운용 등 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본 글에서는 수해 복구비용의 구조와 현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복구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재정부담의 현실과 구조적 문제
수해 발생 직후 정부는 피해조사와 함께 긴급 복구 예산을 집행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재정은 중앙정부의 예비비, 지방정부의 재난관리기금, 국고보조금 등이 포함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자금들이 매년 반복되는 수해에 따라 점차 고갈되고 있으며,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피해 규모가 증가하면서 기존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2023년 충북과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발생한 집중호우는 총 피해액이 1조 원을 넘기며 정부는 긴급 예산을 편성했지만, 도로 복구, 하천 정비, 농경지 복구 등 각 부처가 집행해야 할 복구 예산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특히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피해 복구가 장기화되며, 중앙정부의 교부세나 보조금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해복구비는 일반적으로 응급복구비, 항구복구비, 생계지원비, 주거지원비 등으로 구분되며, 이 중 항구복구비가 전체 예산의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예산 편성 시 실질적 피해보다는 형식적 기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 지역 주민들의 체감 지원 수준은 매우 낮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피해가 클수록 피해지역의 회복 속도가 느려지는 역설을 낳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 악화 및 국민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 재난관리체계 개편’ 등의 제도적 개선을 통해 대응하려 하지만, 여전히 사후복구 중심의 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선제적 예산 편성과, 수해위험 예측 기반의 기금 운용 방식을 통해 복구비용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지속 가능한 재건계획 수립의 필요성
단기 복구에만 초점을 맞춘 대응은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하며, 진정한 복구는 지역의 재건을 통해 재난 발생 이전보다 더 나은 상태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재해복원력(resilience)’ 개념을 도입한 장기 재건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실행력과 예산 확보에서 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제방을 다시 쌓거나 도로를 복구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도시계획과 연계된 재건 방식이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침수위험지역의 개발 제한, 지하차도 구조 개선, 빗물저장시설 설치 등 장기적인 도시 인프라 개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수해 재난의 특성상 특정 지역에 반복적으로 피해가 집중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을 ‘중점 관리구역’으로 지정하여 우선적으로 예산과 인력을 배치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장기 재건이 ‘정치적 이벤트’나 ‘단기 실적’에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도 잦고, 민원과 갈등으로 인해 계획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이런 점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협력 강화, 시민참여형 재건계획, 전문가 컨설팅 도입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효과적인 복구 전략이 가능합니다.
또한, 기후위기 적응 관점에서 ‘복원’이 아니라 ‘변형된 재건’을 고려해야 합니다. 단순히 원상복귀가 아니라, 새로운 기후 현실에 맞는 기반시설과 도시구조를 설계해야 하며,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보험정책의 실효성과 개선 방향
풍수해 보험은 2006년부터 정부가 주도해 도입한 정책으로, 침수, 강풍,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표적 수단입니다. 현재는 민간보험사와 협력하여 운영되며, 정부가 보험료의 최대 92%까지 지원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이론적으로는 매우 유용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활용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전국 평균 가입률은 약 53% 수준이며, 특히 농촌이나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서는 가입률이 30% 이하로 떨어집니다. 그 이유는 보험에 대한 불신, 가입 절차의 복잡성, 정액 보상 방식에 대한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보험금이 실질적인 복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아, 가입을 기피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보험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첫째, 보상 범위를 확대하고, 정액 보상에서 실손 보상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피해 판정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설정하여, 보험금 수령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셋째, 보험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공공기관이나 마을 단위에서 단체 가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재난보험’이라는 형태로 풍수해 보험을 확장하거나, 재난 관련 상호부조 시스템을 도입하는 논의도 진행 중입니다. 이는 단순히 보상 기능을 넘어서, 사전 예방과 피해 경감 효과까지 고려한 제도 설계로, 향후 수해 대응 시스템의 핵심 축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정보 제공, 보험 교육 강화, 참여형 정책 설계 등을 통해 실질적 복구 수단으로서 보험의 위상을 높여야 합니다.
수해 복구비용 문제는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이자 사회적 우선순위의 문제입니다. 반복되는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사후 복구 중심’에서 벗어나 ‘예방 중심의 선제적 대응’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정부의 재정 운용 방식, 지역 맞춤형 재건계획, 실효성 높은 보험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수해 대응 체계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이제 재난을 '관리'가 아닌 '예측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으로 진화시켜야 할 시점입니다.